반복 질문하는 아이, 왜 그럴까
“왜?”, “이건 뭐야?”, “또 뭐야?” 질문의 반복 속에 감춰진 진짜 의미
3~5세 아이와 함께 있다 보면, 한 가지 질문을 수십 번 되풀이하거나, 이미 대답한 내용을 또 묻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.
“이거 뭐야?”
“저거는 왜 저래?”
“그거는 왜 그랬는데?”
대답해줘도 다시 물어보는 아이의 행동에 부모는 어느 순간 지치기도 하고, “대체 왜 자꾸 묻는 거야?”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.
하지만 아이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데에는 언어 습득이나 지적 호기심 이상의 깊은 발달적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. 단순히 ‘귀찮아서’, ‘장난으로’ 그러는 것이 아니라, 인지, 정서, 관계 형성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.
이번 글에서는 반복 질문 행동의 다양한 원인과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각, 그리고 아이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 방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.
반복 질문, 이렇게 해석해보세요
🔸 1. ‘이해’가 아닌 ‘확인’을 위한 질문
아이에게 한 번 들은 말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거나, 이해는 했지만 확신이 부족할 때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.
이는 정보 처리 능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.
예:
“오늘 아빠 언제 와?” → “아빠 퇴근하고 와”
(10분 뒤) “아빠 언제 와?”
→ 부모의 설명을 ‘기억하고 있는지’ 확인하거나, 듣고도 시간 개념이 익숙치 않아 불안해지는 반응일 수 있습니다.
🔸 2. 정서적 안정감을 위한 루틴
일부 아이는 반복 질문을 불안을 달래는 루틴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. 특히 예민하거나 민감한 아이일수록 자신이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나 변화 앞에서 안정적인 답변을 반복적으로 들으며 안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.
예:
“엄마, 내일 유치원 가?” → “응, 내일도 가”
(잠들기 직전) “엄마, 진짜 유치원 가?”
→ 엄마의 예측 가능한 대답 자체가 안정감을 주는 구조로 작용하는 경우입니다.
🔸 3. 주목받고 싶거나 대화 유지가 목적일 수 있음
어떤 아이는 질문 자체보다는 ‘말을 걸고,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욕구’ 때문에 계속 묻습니다. 이때 질문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고, 상대방이 내 말에 반응해주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 됩니다.
예:
“이거 뭐야?” (이미 알고 있음)
→ “엄마가 나랑 이야기 좀 해줘요”의 숨은 표현일 수 있습니다.
🔸 4. 자기 언어 반복(언어 자극 연습)일 가능성도 있음
아이들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들은 말을 반복하며 익히는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. 반복 질문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으며, 문장의 구조, 발음, 어순 등을 익히는 자연스러운 연습 형태일 수 있습니다.
🔸 5. 특정 발달 특성과 연관된 행동일 수도 있음
반복 질문이 일상에서 과도하고 상황과 관계없이 의미 없이 반복될 경우, 자폐 스펙트럼(ASD)이나 언어·사회성 발달 지연과 관련된 신호일 수 있습니다.
✅ 아래에 해당한다면 전문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:
-
상호작용 없이 기계적으로 반복 질문
-
질문 내용이 늘 같고, 맥락과 관계 없음
-
답을 해도 반응 없이 다시 묻기만 함
-
대화가 아닌, 반복 자극처럼 보임
부모의 긍정적 대응 방법
✅ 같은 답이라도 ‘다르게’ 말해보세요
“아빠는 6시에 오셔.” → “아빠는 오늘 저녁에 도착하셔.”
→ 새로운 표현 방식은 아이의 언어 확장을 돕습니다.
✅ 질문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 주세요
질문이 단순한 정보 탐색이 아닌 정서 표현이라면,
“엄마, 진짜 나 유치원 가?” → “유치원 가는 게 조금 걱정돼?”
→ 감정을 말로 풀어주는 코칭이 안정감을 줍니다.
✅ 관심을 원할 땐, 질문보다 먼저 대화를 건네보세요
“이거 뭐야?” 전에, 아이가 집중한 장난감이나 상황에 대해 먼저 말을 건네면, 질문이 줄어들고 상호작용이 자연스러워집니다.
✅ 대답을 놀이처럼 활용해보세요
“그건 뭐야?” → “우리 퀴즈해볼까? 너 먼저 물어보고, 나도 물어볼게.”
→ 반복 질문에 지치기보다 놀이로 전환하여 상호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.
결론: 질문은 말보다 아이의 ‘불안’ 혹은 ‘관심’을 말해줍니다
반복 질문은 단순한 습관이 아닌, 아이가 세상을 탐색하고, 자신을 표현하며, 부모와 연결되려는 중요한 신호입니다. 아이의 질문을 피하거나 “그만 좀 물어봐!”라고 반응하기보다는,
“이 질문이 뭘 말하고 싶은 걸까?”라고 한 걸음 더 들어가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.
질문에 담긴 마음을 읽고, 안정적으로 반응해주는 부모의 말은 아이의 언어 능력은 물론, 정서적 안정감과 애착 형성까지 도와주는 큰 힘이 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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